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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서로 다른 세계,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의 프로덕트 디자인 경험담

by 스파클 캔버스 2024. 1. 31.

 

나는 현재 IT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6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회사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과 장단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요? UI/UX 디자이너와 다른가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UI/UX 디자이너 모두 디자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직업 간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주로 기획 및 개발 과정 전반에 참여하며,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기능, 구조, 레이아웃 등을 설계한다. 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그래픽 디자인, 콘텐츠 전략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UI/UX 디자이너는 User Interface/User Experience Designer의 약자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서비스나 제품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Search Bar를 최상단에 배치하도록 설계한다든지 CTA (Call to Action: '제출하기' 혹은 '구매하기' 와 같이 사용자를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동을 유도하는 버튼) 을 최하단에 배치하는 일이다. 이처럼 UI/UX 디자인은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서비스나 제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첫인상을 좌우하는 만큼 심미성과 더불어 직관성이 요구되는 직군이다. 물론 각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 범위를 유동적으로 조정하기도 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조직 규모나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리서치다. 인터뷰, 설문조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전반적인 경험을 기획한다. 다음으로는 디자인인데, UI/UX 설계 후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안을 테스트하며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화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브랜딩을 병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최종 시안 컨펌 후에는 개발단에 전달하기 위한 가이드 작업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는 서비스 운영/관리이다. 서비스가 라이브 되면, 데이터를 통해 유저의 반응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서비스 내 콘텐츠 구성이라든지 새로운 기능 추가 또는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스타트업 VS 대기업

사실 규모별로 하는 일 자체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각 기업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일하는 방식 또한 조금씩 다르다.

우선 스타트업은 대부분 팀 단위가 아닌 한 명이 모든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이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이기도 하다. 극초기 스타트업인 경우에는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함께 구축해나가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직원 수가 적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어필할 기회가 많고 실제로 나의 보이스가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또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대기업에 비하면 복지나 체계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중소기업 청년 대출이나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과 같은 중소기업 근로자 관련 제도들을 잘 활용한다면 은근 혜택이 많다.

대기업은 주로 큰 조직 안에서 규모 있는 프로젝트의 일부를 다루게 된다. 대기업은 대부분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 내부 가이드라인, 디자인 시스템 문서 등을 확인하여 빠르게 온 보딩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늘어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상위 관리자부터 하위 직원까지 계층적으로 내려오게 되고, 하위 직원들은 관리자의 목표와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한 채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조사비, 성과급, 사내대출 등의 다양한 지원 제도가 존재한다는 장점이 있다.

어디가 더 좋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스타트업의 솔로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는 콘텐츠 기획부터, UI/UX 디자인, 모션 디자인, 마케팅까지 도맡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존 운영 중인 프로덕트를 개선하고 유지 보수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에 프로덕트의 처음과 끝을 들여다보게 될 기회가 많지 않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론칭까지 hands-on experience를 할 수 있고, pivoting을 통해 프로덕트를 뒤엎고 새로 만드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하나의 서비스가 만들어질 때 필요한 과정들과 리소스를 파악하게 하고, 추후 대기업이나 창업을 할 때 상당한 자산이 된다.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협업 능력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서비스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서로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직접 소통해 본 경험은 갈등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대표님, PM, 마케터, 개발자 등과의 협업 경험은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개발단의 니즈, 마케팅에 필요한 에셋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한다.

대기업은 경력직으로 이직했을 때 대우가 더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은 조직에서 먼저 다양한 경험을 쌓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개인의 성장과 미래의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이상적인 것 같다.